낡은 기억

by 이혜연
낡은 기억

시간이 비켜선 자리

구석진 응달 한켠에

노랗게 빛바랜

낡은 기억 하나 있지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도


곁에선 누군가

따스했던 공간에

적당해진 거리와

닿을 듯 설레었던 마음들이


그대로 낡아버린

시간의 퇴화 속에서

먼지에 쌓여

박재가 되어가고 있었지


나른한 봄날 한켠에서



첫째의 입학식과 함께 오늘은 책상을 사주었습니다.

원목으로 된 책상은 제법 위엄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방 두 칸에 일곱 식구가 살았기 때문에 책상을 가져보지 못한 저는

괜히 아이의 책상을 두고 가슴이 설렜습니다.


아이의 색연필과 지우개등을 정리하고 책을 함께 정리하며 아이의 홍조 띤 옆얼굴을 보니 설레는 마음 한가득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나만의 방이라든가 잠옷을 입고 자는 드라마를 보면 '나도 방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잠옷을 입고 자는 꿈을 꾸기도 했었지요. 그런 기억들이 지금은 낡은 추억이 되어 그때의 어린 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책상 하나, 잠옷 하나가 이루고 싶은 꿈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진 것이 많아졌는데도 더 많은 것, 더 큰 것들을 구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이제 우리 아이도 학생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고 저도 그림으로

제2의 삶을 산 지 1년여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도 자신의 길을 찾아 큰 걸음으로 뚜벅뚜벅

힘차고 즐겁게 걸어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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