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순간

by 이혜연
모든 날, 모든 순간

차갑게 언 땅에

뿌리를 깊게 박고서

어느 햇살에 몸을 녹여

꽃을 피워냈지


아직 밤은 춥고

새벽은 시린 날들

여린 햇살에 순한 꽃잎을 피워낸 날들 중에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쁨뿐일까


하지만, 생애 단 며칠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찰나의 순간 속에서

아름답게 피워낸 날들이 있었으므로

슬픔 따위로

후회하지 않으리라




어느새 봄이 완연해졌습니다.

지천에 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따스해진 온도만큼 마음속에도 봄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인생에서 계절이 있다면 지금 어느 계절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전 나이가 오십 줄이니 가을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몇 주째 하혈을 하고 있어서 오늘은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며칠은 나이가 그런 나이인가 하며 그냥 담담했는데 2주가 넘어서니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악몽까지 꾸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니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고 근육통과 몸살기도 생겼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꾹꾹 누르며 병원에 갔고 다행히 초음파 검사에서 모두 이상 없음이 나왔습니다.

문제없음을 듣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신기하게도 어제까지 몸살기로 아팠던 어깨통증이 사라졌습니다.

우울하던 감정도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 하나를 먹었더니 핑크빛으로 물들었고요.

폐경기를 맞았으니 가을인 줄 알았던 저의 계절도 언제나 생명력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봄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순간, 모든 날들이 첫날이며 끝날임을 느끼는 순간, 삶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감사한 날들이었음을 오늘 다시 한번 느낍니다.

모든 것들에 끝이 있음에, 그리고 그 끝엔 항상 다른 시작이 맞닿아있음에 감사한 날들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낡은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