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바람

by 이혜연
달리는 바람



나는 바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꺾여야 할 것들을 꺾고

쓰러뜨려질 것들은

뿌리가 뽑힌다


잔가지들은 떨어지고

굵은 가지들은

새 가지를 어디로 뻗을 것인가

계획을 세우며


계절의 흐름을 따라

봄과 함께 왔다가

모든 것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겨울을 펼치기도 한다


지나간 것은

이미 없어진 것

바람이 흩어진 날들 뒤로

새 날이 온다




오늘은 정말 초여름 날씨가 펼쳐졌던 것 같습니다.

봄도 아직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면 서운할 것 같아요.

이제 막 돋아난 새순들과 꽃망울들을 보며 청와대에 다녀왔습니다.

가구들은 튼튼하고 견고하게 보였고 붉은색 자개장도 맘에 들었습니다.

집무실을 포함해 다른 곳들도 넓은 공간을 두고 튼튼한 책상을 가운데에 배치한 걸로 모든 인테리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부분은 정원에 야생화가 많았던 점, 그리고 인왕산 자락이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정원을 대통령들 중에서 한 번이라도 혼자서 조용히 거닐어보고 청와대에서 거주하거나 떠났던 인물들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평범한 저도 하루가 바쁩니다.

청소하고 아이들 돌보고 그림 그리다 보면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누구하고 약속이라도 잡히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놓고 시간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새벽 3시, 4시에 일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오늘의 다짐과 할 일을 적어놓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표류하는 배처럼 방향 없이 흘러가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한 나라의 정치, 경제, 군사를 통치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더욱 홀로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만의 소신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있고 그 위에 조언과 첨언이 곁들여지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소시민이든 결정권자든 사람은 누구나 홀로 서 있을수록 자신과 타인에 대해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이었습니다. 정원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언제든 떠날 사람들의 임시거처인 것처럼 조금은 공허해 보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작은 집이라도 사람이 사는 집은 그 기운으로 무너지는 법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구중궁궐이라도 사람의 숨이 없다면 금세 금이 가고 거미줄이 넘실거리며 대들보가 무너지기 시작하죠. 집도 사람도 그 안에 얼이 항상 살아서 생기를 띄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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