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을 포함해 다른 곳들도 넓은 공간을 두고 튼튼한 책상을 가운데에 배치한 걸로 모든 인테리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부분은 정원에 야생화가 많았던 점, 그리고 인왕산 자락이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정원을 대통령들 중에서 한 번이라도 혼자서 조용히 거닐어보고 청와대에서 거주하거나 떠났던 인물들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평범한 저도 하루가 바쁩니다.
청소하고 아이들 돌보고 그림 그리다 보면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누구하고 약속이라도 잡히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놓고 시간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새벽 3시, 4시에 일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오늘의 다짐과 할 일을 적어놓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표류하는 배처럼 방향 없이 흘러가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한 나라의 정치, 경제, 군사를 통치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더욱 홀로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만의 소신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있고 그 위에 조언과 첨언이 곁들여지는 게 좋았을 것 같습니다.
소시민이든 결정권자든 사람은 누구나 홀로 서 있을수록 자신과 타인에 대해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이었습니다. 정원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언제든 떠날 사람들의 임시거처인 것처럼 조금은 공허해 보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작은 집이라도 사람이 사는 집은 그 기운으로 무너지는 법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구중궁궐이라도 사람의 숨이 없다면 금세 금이 가고 거미줄이 넘실거리며 대들보가 무너지기 시작하죠. 집도 사람도 그 안에 얼이 항상 살아서 생기를 띄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