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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23. 2022

너를 꿈꾸다

품었거든 눈을 떠라

너를 꿈꾸다

가끔

아주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생각한다


작은 걸음으로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학교길

둘러서 보이는 건

첩첩이 겹친 산과 산들뿐


저너머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저 산 넘어 세상을

자유롭게 거닐어보고 싶었지


세월이 지나

어떤 이는 산 너머 세상과

그 너머 세상을

넘나들며 살아가고


어떤 이는 저너머 세상이나

지금 여기나 다 똑같다며

나중에

더 나중에 가볼 거라고

자신의 울타리를

더 굳건하게 쌓아두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은

눈을 뜨고

스스로 걸어가 보면

그만인 걸


그때를 기다린다는 건

가지 않으려는 자의

어설픈 속임수일 뿐.



나는 그림을 좋아했다. 시골 마당에 나뭇가지로도 그리고 하얗게 칠해놓은 벽에다도 그렸었다. 항상 바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녔는데 그 시간은 통으로 남고 하이라이트처럼 혼자서 시간을 보냈던 시간들이 가슴에 깊이 남았었다.


감각이 예민했는지 엄마가 아픈 언니를 데리고 집을 나간 날이면 학교에 앉아있을 때도 엄마가 떠났음을 느꼈었다.

그럴 때마다 산너머 어디쯤으로 갔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때 어른이 되면 저 산들을 넘어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 바램들이 있어선지 나는 꽤 오래전부터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했다. 버스를 타고 강원도에서부터 목포까지 일주일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고 지리산 둘레길을 혼자 걸었던 적도 있었다.

친구들은 왜 혼자 가냐며 뭐라고 할 때도 있었지만

난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지금은 어디 좀 나가려면

7살 6살 아들과 더 큰 아들이

줄줄이 따라오는 틈에 혼자인 게 사치가 돼버렸지만

혼자였던 그 시간들만큼이나

지금의 시간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온전히 혼자였던 시간이

나를 채우고 있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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