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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25. 2022

느리게 오는 편지

가을을 느끼는 날

느리게 오는 편지


가끔 누군가에게  오는

편지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가 있었다


보내는 마음을 몇 번이고 구겼다가

다시 쓰고

우체통 앞으로 갈 때까지

행여 누가 볼세라

조심조심


!!!

빨간 우체통에 간밤을 새운

어설픈 글귀 보따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혼자 가슴이 덜컹하다가


기다리고

기다린다


저 골목을 돌아오는

자전거 바퀴소리에도

담벼락에 앉은 햇살과

쏟아지는 어둠의 시간이 지날 때도

기다린다


그때는 형벌 같던

기다림의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사랑을 영글게 했다는 것을

느낀다


느리게

하지만 가장 적당한 때에

가을은 오고

그이의 편지도 도착하리라.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나중에 나이 들면 어떻게 경제적인 것을 해결해나가야 할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60이되도 아이들이 17살밖에 안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됐었다.

그때 신랑이 자신 있게

"걱정 마. 내가 그때 되면 개인택시를 할게."

엥??

평생 프로그래머로 개발일만하던 사람이 무신~~ 개인택시?

그리고 그는 평소 운전하는 모습이나 성격이 개인택시와는 전~~ 혀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 좋아하는 "자연인"처럼 산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안 하는걸 다행으로 여겼지만 걱정은 더 커져갔다.


사실 신랑과 나는 결혼 패물이며 옷 등을 서로 교환하지 않았다. 그냥 짧은 연애기간에 크리스마스가 끼여있어서 커플링 한 걸로 결혼반지는 생략했고 내가 살던 오피스텔에 신랑이 들어오면서 가전제품도 하나도 구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룸에서 신혼을 보내는 2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의 월급을 알차게 모을 수 있었다. 수익의 70%를 무조건 저축하고 나머지로 양가 부모님 용돈 드리고 생활비를 썼었다.

따로 차도 없어서 주말여행은 버스나 싸게 나온 관광상품으로 다녔는데도 재밌었다.


그렇게 모아둔 종잣돈과 우리 두 사람이 결혼 전 모아둔 걸 합해서 매달 돈이 나오는 수익형 건물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랑에게 말하니 펄쩍 뛰었다.

"무슨~부동산 투자야!!!!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 부동산은 폭락할 거야!!!"

신랑에게 보낸 시그널이 신랑 머리와 가슴에 닿기까지

시간이 느리게 갈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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