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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Aug 27. 2022

가을빛 꽃으로

사그라지는 햇살을 담고

가을 빛 꽃으로

사나운 햇살이 사그라들고

깊은 밤은

풀벌레 소리로 가득합니다


누군가

예전의 시간에서

지나가 버린

옛이야기 속에서 날아듭니다


잊히지 않을 사람이

시간으로 지워지고

잊을 수 없던 마음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사이에

사라져 갑니다


그렇게 잊혀진대도

시간에 묻힌대도

그이와 함께 했던 시간은

여전히 향기롭습니다


오늘, 가을빛 꽃으로

잊혀진 그 사람을

다시

만나봅니다



언니는 한 번도 나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 늘 궁금했다.

언니가 누워서 마당 건너편을 보면 그 시선의 끝에서 닿는 게 무엇인지 항상 쫓아내려 갔다.

 언제나 시선은 허공에 닿아있었다.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길가의 코스모스도 꺾어다주고

어느 골목길 지천으로 피어있는 과꽃도 꺾어다주었었다.

좋다 싫다 말은 없었어도 희미하게 웃는 모습이 그저 좋았다.


삼십 년이 흘렀나..

벌써 그렇게 지났다

언니의 마지막 길은 국화꽃을 건네주었었다.

넓은 들을 품고 굽이 굽이 흐르는 섬진강 강줄기를 따라  언니는 원하던 곳으로 갔다.


삼 년을 울었었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학생 때 친구들이 할망구 같은 생각만 한다고

별명이 할망구였던 내게 끊임없이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했던 사람

기도의 시작과 끝이었던 사람이

마지막까지 혼자 가게 돼서

함께였지만 한 번도 함께이지 못하고 헤어졌던 마음이

아쉬워서 청춘이 활짝 피어난다는 스무 살 시절을

울음으로 보냈었는데

잊혀지더라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고

몇 번의 가을과 겨울이 지나니

잊어버리게 되더라


하지만 지금도 가을밤.

갑자기 서늘해진 바람에  국화 향기가 묻어나면

불현듯 생각이 난다

지금은 나를 잊었을 그이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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