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작은

by 이혜연
작고 작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작고 작은

불빛 하나


새벽녘

무심히 깨어

온통 어둠의 질감에

억눌려 사그라들 때


깊숙이 박혀

보이지 않는

저 밑바닥

흔들리지 않는 어느 지점에


성냥처럼

연약한 빛이라도

꺼지지 않게

그렇게 애타게

돌보아주길



잠이 들기 전,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의 염원은 각인된다고 합니다.

그런 귀중한 시간에 신랑과 가끔 투닥거릴 때도 있고, 서로 아픈 곳을 마사지해주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있어줌에 무한 감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루 한 번은 서로에게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각자의 가슴에 작은 불씨들이 꺼지지 않도록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해 봅니다.


오늘은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책을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요즘 들었던 공자에 대한 강의와 비슷한 맥락이 많아 쉽게 읽혔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삶 속에 죽음이 있다는 말을 항상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책에서 선생님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컵이 있고 그 안에 비어있음(VOID)가 있어 온 우주까지 닿아있는 영혼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컵 안에 물이 차든 포도주가 차든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는데 그게 우리의 욕망, 즉 마인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이 바뀌고 포도주로 바뀌다가 컵이 깨진다고 해도 태초에 있던 비어있음은 그대로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컵이 깨진 건 육신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태초에 있었던 비어있음은 영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잠시 얻은 삶에 조금 더 감사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어있게 되는 날 깨끗이 비워줄 수 있게 조금 더 맑게 유지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언제나 욕심은 힘이 센 법이고 그걸 이겨내야 할 의지는 약하디 약합니다.

그러니 아주 작고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변화하고 실천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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