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은 어디인가

by 이혜연
너의 집은 어디인가



늘근 할미가 소소히 뿌려놓은 씨앗들이

재작년 주인이 갈 때도 피고

제제작년 아파서 딸네집에 가 있을 때도 피어나

빈집을 지키더니


집주인 가고

덩그러니 빈 마당

꽃만 남아 피고 지고


아직 버리지 못한 운동화

뚤방에 비스듬히 두고

가끔 심심할 때

지상에 남겨둔 신발 신고


허전한 마당

당신이 생전 씨 뿌려 가꾼

꽃들 보시라고

여름 땡볕에도 오롯이 피어난다



젊었을 때 엄마는 마당 한편에 꽃을 심는 아빠를 못마땅해했습니다.

아빠는 마당을 꽃으로 가득 채우려는 듯 철쭉도 심고 산에서 난도 캐와서 좁은 마당을 꽉 채우려고 했죠.

젊은 엄마는 마당을 꽃으로 채우는 아빠와 몇 번을 싸웠습니다.

어린 나는 엄마가 꽃을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빠 가시고 엄마는 봉숭아, 채송화, 좋아하는 족두리꽃, 달리아등을 곳곳에 심었습니다.

갑자기 꽃을 욕심내는 엄마를 보고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그리워?"

어이없다는 듯 엄마가 웃었습니다.

식구 많은 집에 땅 한쪽이 아쉬웠던 엄마는 마당에 꽃대신 부추며 상추를 채워 야채라도 풍성하게 자식들 먹이고 싶었던 겁니다.

아빠 가고 아이들도 모두 장성해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된 후, 비로소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옆집에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면 씨를 얻어와 마당에 뿌렸었죠.

그런 꽃들이 엄마가 떠나신 후 매년 잊지 않고 빈 마당을 환하게 채웠습니다.

서울 우리 집 마당 화분에 심어둔 봉숭아는 크기가 고만고만하고 꽃도 몇 송이 안 피는데 비어있는 시골집 봉숭아는 나무처럼 풍성하고 색이 화려한 꽃들을 피우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돌보는 것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매년 꽃을 채우는 걸 보면 가끔 태우지 못한 신발 주인이 와서 돌보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주인 떠난 후, 꽃들은 여름 내내 집주인만큼이나 아름답고 환하게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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