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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지 않음
by
이혜연
Jul 12. 2023
물들지 않음
태곳적 인연으로
고통의 바다에 피어난데도
너는 아름다운 꽃
물들지 않는
고귀한 존재
너라는 꽃이 핀다면
아름답게
향기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으리
아들아, 미안하다
키 163cm, 몸무게 48kg.
이 프로필이 정녕 나였다면.... 그랬다면 미스코리아에도 한번 나가보고, 슈퍼모델에도 한번 나가보고.. 음.... 그리고 남자도 여럿 울려보고 그런 화려한 싱글로 살았을텐테...
하지만 이 몸의 주인은 바로 우리 신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랑이 심한, 그것도 아주 심한 몸치까지 갖추고 있었죠.
춤을 추면........... 그, 그렇습니다. 상상하는 그대로 혹은 그 이하입니다.
상상 이상의 춤을 결혼식장에서 췄다는 게 또 함정.
뻣뻣하고 어색하며 도대체 살면서 춤추고 노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듯 한 몸짓으로 춤을
췄습니다. 생애 최초로.
첫째 똥그리는 축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인생에서 좋아하는 것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들을 통해 보게 됩니다.
요즘은 메시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어제 읽어준 부분에서 메시가 첫 번째 프리메가로 가기 전 부상을 당해서 출전을 못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봐. 메시처럼 노력하고 능력도 되는 사람도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거야. 너 지금 목감기 걸렸는데 목에 수건 둘러준 거 답답하다고 빼버렸지?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것도 네 능력이야. 축구를 잘하려면 그런 것도 견딜 수 있어야 해."
평소 더운걸 몹시도 못 견뎌하는 첫째가 요즘 목감기가 걸렸는데 목에 수건을 둘러주면 새벽에 다 빼버려 효과가 없는 참에 잘 됐다 싶어 메시의 힘을 빌렸죠. 그랬더니 요놈이 목수건을 잘 참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축구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는데....
어른들이 말씀하셨죠.
"씨 도둑은 못 한다."
애석하게도 첫째 똥그리는 몸치기가 다분히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유전적 결함에도 아들은 물들지 않고 후천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섭씨 34도의 타버릴 것 같은 날씨에도 운동장에서 홀로 지옥훈련을 하고 있죠.
꼭 축구선수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일에 그렇게 온전히 몰입하는 우리 똥그리를 언제나 응원하게 됩니다.
꽃은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때가 되면 겨울에도 분명히 피어날 겁니다.
다른 꽃들에 물들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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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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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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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매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읽는 마음을 그리는 작가 난나입니다. 하루 한장 그림을 매일 하고 있어요. 저의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되고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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