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후 3시

by 이혜연
비 오는 오후 3시

족쇄처럼 의자가 몸을 조여 오고

햇살에 지친 그림자가

창으로 발을 뻗으려

길게 늘어지면

초침마저도 움직임을 잊은 듯

흐느적거리며 울렁인다


저녁 바람은

한낮의 열기에 익어버렸고

축축해진 공기는

그대로 후드득 비가 되어 떨어지는

여름날, 오후 3시


눅눅해진 비에

밤이 질퍽거린다



장마가 끝났나 하던 순간 폭염의 폭격이 이어지더니 오늘 다시 비가 내립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축구를 쉼 없이 하던 두 똥그리들이 피곤했는지 결막염과 어지러움을 호소하길래 팔당에 가서 오리백숙을 먹고 한강변에서 쉬었습니다. 나무 그늘아래에서 두 똥그리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비석치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당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했던 놀이였지요. 특히 비석치기는 큰 똥그리가 너무 재미있어해서 몇 번을 했는지 모릅니다. 머리 위에 돌을 얹고 갈 때는 새색시처럼 조심스럽고 눈대중으로 세워놓은 비석을 맞출 때는 집중을 하며 돌을 떨어뜨립니다.

골프공을 맞히는 것처럼 잘 맞으면 '탁'하며 제법 경쾌한 소리를 냅니다.

그렇게 오후 3시까지 함께 놀다가 후덥지근한 날씨에 못 이겨 다시 에어컨 빵빵한 실내로 기어들어왔지요.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겨울보다 어쩌면 여름이 더 살기 어려운 시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여름엔 아이들이 등에 매달리며 장난을 치면 몸을 부르르 떨며 내려오라고 소리치게 됩니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 뜨거운 존재라는 걸 여름날, 오후 3시에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여름보다 사람의 체온으로 따뜻함을 느끼는 겨울이 그리운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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