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있는 마을

by 이혜연
창문이 있는 마을

지금은 없어진 곳이 많지만 처음 제가 서울에 왔을 때는 산동네 마을이 꽤나 많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작은 집들의 조그만 창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아름답고 또 슬펐습니다.

어둠을 뚫고 노란색, 흰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그 어느 불빛에도 속하지 못하고 병원기숙사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이 쓸쓸했었지요. 서울의 아름다운 별들 속에 제 몸 하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암담함이 서울 생활의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시골에서는 골목을 '고샅'이라고 불렀습니다. 낮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좁디좁은 골목에 나가서 친구들과 자치기도 하고 비석 치기도 하고 땅을 파서 글자 알아맞히기도 했던 게 기억납니다. 서울의 골목에도 그런 추억들이 있을까요? 부산 시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신랑은 제가 어렸을 때 스카이 콩콩 대신 삽을 타고 놀았다고 하면 박장대소합니다. 한 살 차이인데도 지역의 격차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삽을 타고 콩콩 뛰며 마당을 헤집어놓았던 추억을 가진 게 너무 좋습니다. 무엇을 타고 놀았느냐보다 얼마나 즐겼느냐에 따라 행복의 무게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자라고 허술했던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왜 이리도 행복한 사람이 적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고샅과 마을이 없어지고 그 위로 마천루 같은 부의 기준들만 남은 앙상한 뼈대의 도시. 그곳의 수많은 불빛들만큼 행복이 그득그득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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