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미세한

by 이혜연
아주 작고, 미세한

밤새

작은 별들의

아직 조그만 발들이

어둠에 박혀있을 때


서둘러 해는 떠오르고

주춤주춤 새벽이

걸음을 옮기는

미명의 찰나에


작고 미세하게

바람이 바뀌었다


뜨거운 살갗에 언뜻

조금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 건

저 멀리서

가을이 출발했다는 신호일까



사람이 간사한 걸까 아니면 내가 아주 예민하고 세심한 걸까?

새벽에 잠깐 일어났을 때 살갗에 닿는 미세한 선선함을 느꼈다.

뭔가 아주 다른 바람의 물꼬가 바늘구멍만큼 살짝 터진 느낌이었다.

일어나 달력을 보니 '입추'다. 오월은 봄의 여왕이면서 동시에 장미가 만발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가을에도 장미는 핀다. 어쩌면 장미는 조금 날 선 바람을 좋아하는 꽃일지도 모르게 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의 방학을 계기로 둘째는 매일 어린이집 등교를 힘들어한다. 거의 일주일 만에 오늘 어린이집 등교를 하면서 눈물 콧물을 다 빼고 빨리 데리러 오라는 말만 수백 번을 하고 겨우 들어가 주셨다.

덕분에 첫째와 근처 어린이 도서관에서 신나게 책을 읽었다.

나중에 그림책으로 심리세러피 수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림책의 마음"이라는 책을 고르고 우리 첫째는 다섯 권의 그림책을 골라왔다.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미나 교수의 그림책의 마음은 분석심리학을 기본으로 그림책을 재해석하고 있었다. 저자가 민담, 전설, 신화 등으로 인간 무의식을 이해하는 융 분석가 훈련을 받아서인지 미처 생각지 못한 어떤 면들을 발견하게 하고 해석해 주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미술책에서 느껴지는 깊은 내면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걸 어떤 프레임으로 재해석해서 더 복잡하고 깊은 미로 같은 느낌이 드는 게 힘들다. 내게 그림책은 아주 쉬운 철학서이면서 삶의 방향을 묻고 싶을 때 찾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여행 후 첫 번째 일정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읽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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