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감

by 이혜연
가을 예감


잠결에 잠깐

발가락 사이로 서늘한

바람 한가닥


바스락 거리는 여름 이불을

가슴까지 올리고

새벽이 지나면

더딘 가을이

사립문까지 왔을까

문을 활짝 열어본다


아직은 더운 아침

새벽 기운은

꿈결이었나



기다린다는 건

아름다운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는 것


삶에서 많은 부분들은 일정한 기다림을 요구한다.

여름은 봄의 오락가락 불안정함을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열정으로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시킬 때까지 기다리고 가을은 뜨거워진 열기를 열매에 채워 차갑게 자물쇠를 채울 수 있을 때에 온다.


하지만 청춘의 봄은 시도 때도 없이 오는지

우리 두 똥그리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사랑이 뜨거운 여름날에 오셨다. 곱디 고운 두 청년의 마음을 빼앗아간 이는 바로 물놀이 안전요원인 대학생 누나다. 큰 키에 날씬한 몸, 무엇보다 언제나 생긋생긋 웃어주며 두 똥그리와 놀아준다. 덕분에 늘근 에미는 오늘도 땡볕에 앉아 사랑에 빠진 물놀이장 언저리를 돌며 보초를 서고 있다.

어제저녁 신랑과 대학생 누나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빠 닮아서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요놈들이 입에 게거품을 물며 그 누나는 길고 날씬하며 엄마는 짧고 뚱뚱하단다.

타버릴 것 같은 찜통 더위속을 오직 두 아들을 위해 견뎠건만 한다는 소리가 겨우 모두가 다 아는 팩트라니.. 엄마를 진정 사랑한다면 팩트 말고 사랑을 주라!!!!


올림픽 공원에 무궁화가 한창이고 오늘 새벽처럼 언뜻 가을 뒷모습을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날이 며칠만 지나도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어날 것이다.

물놀이장에서의 서툰 사랑이야기는 내일 폐장과 동시에 막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8살, 7살 인생에 뜨거웠던 여름날 누나를 보고 싶어 달렸던 그 길들과 함께 물장구치며 놀았던 행복했던 시간은 삶에 근육을 만들어 더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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