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아이들

by 이혜연
초록의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에서

맑은 생명의 소리가 난다


언제나 대지의 광활한 가슴에 대고

두근두근 웃어대고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침내

땅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물길을 깨우고 끌어올려

춤추게 한다


온 세상이

초록빛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아이들의 웃음 덕분이다.





밤에 쓴 사랑의 편지는

가슴 설레는

아침을 부른다


어젯밤에 두 똥그리는 사랑하는 누나에게 줄 편지를 쓰느라 열정을 불태웠다. 색종이를 오리고 붙여 하트를 만들고 삐뚤빼뚤이지만 꾹꾹 정성을 다해 마음을 적었다. 한 장으로는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적다고 느꼈는지 두장씩 써서 예쁘게 접어 가방에 넣어두고선 설레는 밤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요즘의 나는 편지를 쓰지 않는다.

언젠가 엽서를 써서 누군가에게 보낸 기억이 얼핏 나는데 십 년도 더 지난 이야기 같다. 신혼 초엔 신랑에게 엽서도 쓰고 쪽지도 써서 이벤트도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생일에도 쓰지 않는다. 어느덧 내 마음은 내 안에서만 머물다 사라지곤 한다.

예전엔 수많은 언어들 사이에서 가장 곱고 진실된 말들에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전하는 성스러운 일을 했었는데 어쩌다 지금은 빈 산의 메아리처럼 살고 있는 걸까?

우리 두 똥그리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이렇게 내가 말하면 너는 이렇게 답해주라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마치 이때쯤, 여기 부분에 기름칠을 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전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둘은 오해 없이 상대가 자기가 하는 말을 받아주고 응답해 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리엑션을 부탁하면 그대로 반응해 주고 그게 좋아서 또, 둘이 까르르 웃으며 논다.

둘째는 지금 놀 사람이 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수불가분의 시간과 공간 속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있지만 수준이 안 맞고 관심사와 공감대가 달라 장시간 놀기엔 한계가 있다는 걸 서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싸우지도 않고 싸우더라도 빠르게 화해를 한다.

셋째는 용서가 빠르다는 것이다.

둘은 서로 싸우다가도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면 금방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바로 알겠다며 용서를 한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감정싸움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하고서도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설레는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이리라.


오늘은 물놀이 마지막날이라며 아침 6시부터 일어나서 올림픽 공원에 갈 준비를 하는 둘째 똥그리 덕분에 새벽부터 육아를 하는 힘든 날이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누나에게 고구마우유랑 자신들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전하고 함빡 웃는 두 똥그리들을 보면 나도 어느새 초록으로 물들어 싱싱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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