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담기

by 이혜연
가을 담기


어느 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구멍 송송

낡은 바구니 챙겨 들고

가을을 담아보자


작은 유리병에

마른바람 소리를 담고

빠르게 달려오는

밤하늘의 페가수스 별자리를

창가에 담자


골목길 어디쯤에

이른 낙엽 소리는

가슴 한켠에 담고서

오래 잊고 지낸

빛바랜 누군가에게

잠시 안부인사를 건네볼 일이다



엊그제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 홍로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 들었다. 그리고선 가격표를 봤는데 3개에 13,500원!! 이런.. 슬그머니 자리에 다시 놓아두고 수박을 봤더니 38,000원... 폭염과 태풍의 영향일 테지만 선뜻 사기가 망설여졌다. 그런데 어제 시장에 갔다가 홍로 6개가 13,500원이었다. 며칠 사이에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사과가 가격이 좀 내려서 감사한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고서 가을이 가까워진 건 아닐까 혼자 설레었다. 유난히 힘겨웠던 여름. 더위를 가위로 가르듯 가을바람 한 줄기가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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