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아온 나는 뭔가 때가 오면 거침없이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어렸을 때는 세상 겁보였는데 혼자 자취를 하고 생활을 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주저함의 어리석음을 더 많이 경험해서 그랬던 것 같다. 평소엔 갈짓자로 이리저리 산책하고 공상하는 걸 좋아하다가도 목표가 생기면 풀숲에 엎드려 먹이를 노리듯 정보를 모으고 몸을 낮추며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그런 때가 오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면서 희열을 느끼곤 한다. 그 순간엔 발밑이 두렵지 않다. 대체로 변화를 직감할 때가 그런 경우가 많다. 요즘 뭔가 너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갱년기인가, 아니면 가을을 타려고 그러나, 그것도 아니라면 다이어트한다고 탄수화물을 줄여서 공허함을 느끼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늘 새벽 불현듯 지금까지 내가 놓친 것,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각났다. 몸을 낮추어 바람길이 가리키는 곳으로 뛰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움츠려있었던 몸을 힘껏 늘려 스트레칭을 하고 가을길을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