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시간은 아침과 밤 혹은 어제와 또 다른 어제인 것 같은데 너른 평야가 있는 시골에서의 날들은 계절도 확실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뚜렷이 보입니다. 구름이 잔뜩 끼면 담벼락에 기대놓은 깻단에 비닐을 씌우고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논은 가을걷이를 해야 합니다. 캠핑장 주변의 논들 중엔 이른 가을걷이가 끝난 곳도 있었습니다. 숲 속 잣나무에는 잣이 한 움큼씩 영글어 있고 맨드라미 옆구리에 매단 작은 씨앗들은 또 얼마나 많은 탄생을 준비하고 있는지요. 저 들녘에는 벌써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을 준비하며 다음 해의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열매들이겠지요. 새벽 산책길엔 여기저기 벌초하는 사람들로 분주했습니다. 여름 내 덥석 부리로 자라 버린 풀들을 벌초기로 이발하듯 매끈하게 다듬어놓는 모습에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간직한 사람들의 산소겠지요. 죽음 후에 기억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 보는 오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