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이혜연
여행


처서도 지나고 흰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도 지났는데 가을 소식은 소원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기다리라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 몇 줌 남기며 플러팅을 하는 걸 보면 이번 가을은 나쁜 남자 스타일인 듯 싶습니다.

괜스레 옛사람의 절기만 탓할 수도 없어 가을을 식탁에 먼저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가을맞이 음식으로 선택한 것은 토란들깨탕! 멸치와 건새우로 국물을 내고 표고버섯을 슬라이스 해서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끓였지요. 구수한 국물과 보드랍고 폭삭한 토란의 조화가 참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시던 맛이 얼핏 얼핏 느껴져서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몸에 가을을 욱여넣고 다음은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일을 했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리는 키아프에 다녀왔습니다. 신랑이 오후에 아이들을 봐준다고 해서 모처럼 혼자 여행하듯 코엑스에 다녀왔는데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녔는데도 다 볼 수 없었습니다. 동선 체크를 잘 못해서 프리즈 서울은 보지도 못했지만 오래간만에 눈호강도 하고 마음도 채웠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관람객들이 많은 것에 놀랐고 핫한 작가들의 작품이 거의 완판 되는 것을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많은 작가님들과 그의 작품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지만 저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그림들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언젠가 제 그림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평안을 주는 그림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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