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벗어나 불어온 바람은 더욱 가을다워지고 거세졌다. 비예보가 있어선지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채로 하늘 위로 솟구치며 바람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이 때다.
어제 둘째가 사달라고 한 봉황 연을 날리기 적당한 날이 온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한가운데로 나와 연 날리기를 했다. 서핑하듯 바람을 올라탄 연은 오색찬란한 봉황의 꼬리를 가을 하늘에 드리우고 저만치 바람을 쫓아가고 있었다. 첫째는 신이 나서 얼개를 풀며 놀이터를 뛰어다니다 나뭇가지 끝에 연을 걸쳐놓았다. 이런...
주위에 일찍 하교한 초등생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저마다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이 보톡스 후기를 자랑하듯 초등생들은 자신들이 연을 꺼냈던 전설 같은 일화를 풀어대기 시작했다. 게 중에 영웅심리가 있는 아이는 자신이 가지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호기롭게 다리하나를 나무에 걸쳤다. 물론 주위에 있던 아이 엄마에게 주의를 듣고 조용히 다리를 내려놓았다. 이럴 때 나무 위에 올라가야 하는 사람은 딱 하나다. 소싯적 서리 꽤나 해봤던 나는 나무가 무섭지 않다. 오십의 아줌마가 찢을 수 있는 최대의 각도로 뻣뻣한 다리를 찢어 단박에 나무 가짓사이로 가을 무처럼 투박한 종아리를 걸쳐놓았다. 그런 후 오십 년 동안 소중하게 쌓아 온 육중한 내 몸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가지 끝까지 올라가 가엾은 나무를 흔들어댔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한 초등생의 목소리.
"와! 엄마는 극한 직업이구나! "
'알면 잘해 이것들아!'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그렇잖아도 기력이 쇠한 불쌍한 나무를 열심히 흔들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