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차가 막힌다는 소식을 듣고 포항으로 출발하는 시간을 늦췄다. 두 똥그리는 고모와 큰아버지, 할머니를 볼 수 있음에 어제부터 잔뜩 들떠있다. 준비한 선물과 편지를 챙기고 여벌옷도 챙겨두고 함께 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어렸을 때 나의 추석은 지금보다 훨씬 설레고 설레는 날이었다. 추석이 오기 전 오일장에서 엄마는 추석빔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사주시고 가마솥 가득 물을 끓여 묵은 때를 벗겨주셨다. 지붕엔 빨강고추가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고 호박을 얇게 썰어 함께 말렸다. 고샅엔 참깨를 주르르륵 세워두고 차가 별로 안 다니던 신작로에는 벼를 말려두었었다. 햇살 드는 곳엔 죄다 토란대며 다른 나물들을 모두 말려두었다. 밭에서는 햇고구마를 빼오고 단맛가드 가을무도 뽑아 생채를 하면 다른 반찬 없어도 고봉밥을 뚝딱 해치웠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추석상은 너무 단출하게 느껴지지만 평소에 우리 어렸을 때 먹던 추석상만큼 화려하게 먹으니 아쉽지는 않다. 다만, 왠지 나 같은 옛날사람은 빨간 다라 가득 반죽을 놓고 식구들 모두 둘러앉아 송편을 빚던 그날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