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 나가는 산책도, 논 한가운데 있는 정자에서의 놀이도, 어렸을 때 숨바꼭질했던 잊혀진 골목도 하나씩 되짚어가며 지난날들과 조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동네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제 우리 아이들이 맘껏 숨바꼭질을 합니다.
도시에서는 두려워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놀게 했는데 시골에서는 맘껏 놀다 외할머니 집으로 오라는 말을 해도 무섭지가 않습니다. 그런 시골이 점점 텅 비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윗집 할머니는 몇 해전부터 치매기가 있으시더니 이번에 내려가보니 빈집이 되어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은 것들을 지워내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잊혀지는 것들 중에 집집마다 우뚝 서있던 감나무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상당히 많은 집 마당에 감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 덕분에 봄이면 감꽃을 실로 엮어 목걸이를 하고 다녔고, 여름에 태풍에 떨어진 땡감은 소금으로 절여 우린 감으로 허기를 채워줬습니다. 그리고 가을, 서늘한 바람에 잎이 다 떨어진 나무에 루비처럼 빛나던 홍시들을 보며 황홀한 단맛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었죠. 그런 귀한 열매들이 마당에서 사라지고 마을에서 버려지고 있는 걸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렇게 잊혀지던 감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 태몽을 꾼 후 둘째가 태어나자 신화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낡아버린 옛 골목을 산책하며 둘째에게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많이 열린 감나무 꿈을 이야기하며 함께 걸었습니다. 시간은 항상 지나가지만 역사는 돌고 돌아 과거가 미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