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 텅 빈 주머니에 시린 손을 슬며시 집어넣어 봅니다. 아직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는 가을날입니다.
어렸을 때는 꽤 좋은 촉의 기시감이 있었습니다.
골목을 돌기도 전에 골목어귀에 펼쳐진 사건을 본다든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게 하려던 말이나 소식을 먼저 듣는 풍경을 동영상처럼 찰나에 본 적도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지어냈다거나 이상한 아이라고 할까 봐 혼자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가슴앓이를 했었지요.
그런데 요즘 양자역학에 대한 강의를 듣다 보면 기시감이란 게 실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그곳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파동의 세계. 그 안에 생명이 깃든 동체를 가진 마음이라는 생각의 파동. 그 파동 안에서 이루어 나가야 할 것들을 행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