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나 보다. 각종 행사와 축제가 가득한 가을날들이 이어지고 황홀한 색으로 물든 낙엽들이 파랗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져 있다. 작년까지 타인과 거리를 두고 서로 곁에 있기를 두려워했는데 올 해는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눌 수 있는 축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는 공원도 이번주는 실버 축제, 다음 주는 송파나루 축제가 이어질 것이다.
어렸을 때 살던 마을 길에도 가을이 내렸다. 멀리 황금들판이 보이는 언덕배기 텃밭에는 가을배추가 실하게 포기를 채우고 누런 호박도 덩굴덩굴 마지막까지 열매를 맺으려 담벼락을 채우고 있었다. 고샅마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던 골목은 이제 텅 비어 더 이상 축제를 함께 할 그때의 친구들은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그 옛날 힘차게 뛰놀던 코찔찔이 아이들은 도시에 나가 저마다의 성과를 내느라 지친 채 하얀 머리를 이고 다시 옛 집으로 돌아와 가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옛이야기를 기억하는 친구들 모두 자신들의 가을을 보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