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간다

by 이혜연
가을은 간다


짧아지는 해걸음에

겨울은 빨라지고

가을은 단출해진다


하루하루 다르게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낙엽들을

우수수 쏟아내는

길고 긴 밤이 지나면


어느 걸음, 문득 바라본 세상은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나뉘어

산 것과 죽은 것들을 가르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색색으로 물들어

가장 화려한 날들 중에

가을은 가고 있다



코로나가 언제 있었나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나 보다. 각종 행사와 축제가 가득한 가을날들이 이어지고 황홀한 색으로 물든 낙엽들이 파랗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져 있다. 작년까지 타인과 거리를 두고 서로 곁에 있기를 두려워했는데 올 해는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눌 수 있는 축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는 공원도 이번주는 실버 축제, 다음 주는 송파나루 축제가 이어질 것이다.


어렸을 때 살던 마을 길에도 가을이 내렸다. 멀리 황금들판이 보이는 언덕배기 텃밭에는 가을배추가 실하게 포기를 채우고 누런 호박도 덩굴덩굴 마지막까지 열매를 맺으려 담벼락을 채우고 있었다. 고샅마다 동갑내기 친구들이 있던 골목은 이제 텅 비어 더 이상 축제를 함께 할 그때의 친구들은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그 옛날 힘차게 뛰놀던 코찔찔이 아이들은 도시에 나가 저마다의 성과를 내느라 지친 채 하얀 머리를 이고 다시 옛 집으로 돌아와 가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옛이야기를 기억하는 친구들 모두 자신들의 가을을 보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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