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

by 이혜연
아름다운 것들


수만 년 동안 기다려온 별빛들이

온전히 지상으로 쏟아질 수 있는

까만 밤은 아름답다


그 어둠에 기대어 수 만년을 날아

여기, 우리에게 와준 행성들 덕분에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시간을 맞추어 나아간다


그렇게 어둔 밤이 더 차가워지면

호박은 먼 곳에서 온

여행자별들이 식지 않도록

오래도록 가슴으로 안아준다


그런 밤이 지나고

새벽이슬이 맺힐 때쯤이면

노오란 호박이

가을볕에 반짝이는 것이다


금요일은 미술심리상담 수업이 있습니다.

3시간 1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집에서 나갈 때부터 전쟁터 총알 챙기듯 커피를 넉넉히 준비해 갑니다. 문제는 졸음은 쫓아주는데 마지막 30분을 화장실에 가고 싶은 외적자아와 이 정도는 참아내야 한다는 내적자아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는 겁니다. 오늘도 역시 선생님의 나긋나긋한 말씀은 쉬는 시간도 없이 연장 수업으로 이어져 2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방광이 터질 때쯤 무사히 강의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음에 무한 감사를 보내게 되는 오늘입니다.


오전에 약속이 있는 날은 새벽 3~4시 사이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잠이 턱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간만에 듣는 수업이 참 재밌습니다. 그림은 무의식의 나를 의식의 영역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나처럼 나무를 그리겠지?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나무를 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 모두 각각 다른 나무를 그리는 걸 보면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수업은 쉬는 시간 없이 연장 3시간에 더해 수업시간 10분 전에 와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있습니다. 오늘 내용은 '나다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용기와 다양한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았지만 먼저 온 사람이 3명밖에 안돼서 바로 수업으로 들어가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아름답다는 것은 나답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호박은 단맛이 가득 차 노란 주황빛을 띠며 넉넉한 모양으로 땅에 엎드려있을 때 아름답습니다. 오이는 까실까실 가시를 바짝 채우고 몸을 날렵하게 휘인 채로 그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 더 맛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사람은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다정하게 바라봐줄 수 있을 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얄팍한 생색을 내지 않을 정도의 너그러운 마음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닌 마음깊이 사랑하는 감정이 있어야 진정 어깨를 내어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진화론 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생각들도 그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축제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마을의 축제도 좋지만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축제가 한창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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