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by 이혜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신랑 쪽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풋풋한 서른 살의 남녀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서약식이 열리는 날이지요.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나 2년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한다는 스토리가 동영상으로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신혼 초가 생각났습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결혼한 우리는 신혼 초에 연애하듯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주 여행을 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주말 데이트를 즐겼던 게 지금도 습관이 되어 매주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여기저기 새로운 무언가로 자신의 둥지를 채우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빨간 실의 끝자리를 잡고 만나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결혼.

하지만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가정을 이루는 것일 것입니다. 매일 눈이 부신 날을 기대하거나 내 발에 유리구두를 맞춰 신겨주고 구중궁궐로 함께 손을 잡고 가주는 왕자를 기대한다면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에 결혼은 함께 농사를 일구는 것입니다. 매일 나가 농산물을 돌보고 날씨를 가늠해 물때를 맞춰줘야 하며 수확해야 하는 날에 맞춰 추수를 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던 비가 늦게 와서 농작물이 다 타버릴 수도 있고 바람에 실하게 익은 열매가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 일도 생기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어깨가 필요하고 서로의 능력에 맞춰 협조를 하며 나아가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진짜 성인이 되어야 합니다. 함께 있지만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건 오롯이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저 숲의 나무들처럼, 하늘을 이고 우뚝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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