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출판을 제안했던 출판사는 계속 지방 출장에 몸이 아프다는 말로 약속을 지연시켰다. 그동안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출력하고 순서를 정하고 에세이를 새로 고쳐 썼다. 이유 아닌 이유로 약속이 파기되는 일은 생각도 못했기에 약속한 날 아침에 날짜를 헷갈렸느니, 무리한 일정으로 몸이 아프다는 어이없는 사유의 문자를 받자 화가 났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자신이 지키지도 못할 제안을 덥석 하면서 내 시간까지 갉아먹는 걸까... 그렇게 원망과 자책을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통화라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어제오늘 있었던 출판사 사장과의 일을 이야기했더니 지면책 말고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출판해 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면출판한다고 해도 어차피 시를 읽을 독자층이 한국은 중년층밖에 없을 거라며 아예 아마존에서 시작해 보라는 제안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지만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어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 관련 책과 유튜브로 아마존에서 책 내는 법을 검색해 봤다. 찬찬히 따라 해보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공부해 보기로 했다. 출간하는 것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고 실망도 했지만 그 속에 매몰되어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또 다른 희망으로 나를 들어 올려 더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