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가고

by 이혜연
가을은 가고


미련 없이 떠나던 그대 뒤에서

읽어내지 못한

마지막 말을 그리워한다


낙엽이 바람에 쏟아지던

겨울이 오기 전

그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떠나야 할 것을

남겨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 서로 알고 있었는데도

서로 마지막 인사는

끝끝내 하지 않았다


끝인사를 건네고 나면

우리에게 남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서로 알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미룬 끝에

여기 홀로 남겨진 나는

건네지 못한 마지막 인사가

목구멍에 걸려 오늘도 멍하니

가을이 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그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짧은 가을이 요즘은 더 짧아진 것 같아 부지런히 가을이 머무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올림픽 공원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지요. 오래된 수목들이 색색의 낙엽들을 달고 햇살아래 반짝이다가 바람이 불어오면 이내 파편처럼 편평히 날려 누구나의 가슴속으로 아프게 박혀댔습니다.


요즘 야구에 빠져있는 우리 첫째와 나무 아래에서 공을 던지며 노는데 갑자기 바람이 쏴아 하고 몰려갑니다. 그 바람에 낙엽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엄마가 췌장암으로 하루하루 소진되어 갈 때쯤 2주 정도 우리 집에서 지낼 때였습니다. 엄마와 올림픽 공원에 놀러 왔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바람에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계절이었습니다. 애써 아무 일도 없는 척 낙엽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낙엽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엄마, 정말 예쁘지?"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힘없이 가만히 웃어 보였을 뿐 아무 말씀도 안 하셨었죠. 그때 엄마가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 느꼈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저렇게 흩어지겠지만, 먼저 가는 엄마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계절이 너무도 아쉽고 슬퍼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불쑥 아이와 공놀이를 하는 중에 떠오르면서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그날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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