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닐 때 오전 10시는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신없이 해내고 나서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깨지 않은 잠을 억지로 밀쳐내고 출근시간 10분을 남기고 정신없이 뛰어 기계가 돌아가듯 매일 하던 아침 루틴을 처리해 내느라 시작이 주는 설렘이 전무하던 9시와는 결이 다른 10시. 전업주부가 된 후에도 오전 10시는 신랑의 출근과 아이들의 전쟁 같은 등교가 끝나고 나만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있다. 껍질처럼 벗어제낀 아이들의 옷가지를 세탁기에 넣고 정신없던 아침의 허물들을 제자리에 정리한 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비로소 오늘의 일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생각해 보면 오십이라는 나이도 인생에서 오전 10시처럼 느껴진다. 이십 대의 미래에 대한 막막한 어둠을 거쳐 정신없이 헤매던 삼십 대와 가정을 이루며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된 어질러진 사십을 지나 비로소 인생의 휴게점에 머물며 방향을 정하는 시간. 오십은 어쩌면 인생의 열 시 언저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며칠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가을 축제를 따라다녔더니 힘에 부쳤는지 새벽에 일어날 수 없었다. 덕분에 그간의 피곤이 조금 사그라졌는지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간만에 고요한 열 시를 보내고 나니 안갯속 같은 오늘이 꽃길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