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현재 자신 앞에 놓인 어떤 것에 시선을 맞추고 그때의 상황과 그 이면, 그리고 깊숙이 자리한 그 안의 것까지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듣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들을 때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고 사위에서 울리는 번잡한 소리를 걸러내며 깊이 공감해야만 저 안에서 말하는 진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때로 나를 지키기 위해 감추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고 무표정이나 긴장한 모습 혹은 예민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우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껍질에 오래 묶일수록 진짜 자신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미술심리상담 시간에 다양한 사례를 보며 잘 본다는 것, 잘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오늘로 그림과 글을 쓴 지 60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 보려고 했던 것,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매일 뜨는 햇살처럼 반복되는 수많은 오늘 속에서 나를 온전히 바라보고 살았는지, 세상의 소리에 깊이 귀 기울여 경청했는지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없다. 왜냐하면 난 제대로 침묵하는 방법이 아직도 제일 서투른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