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by 이혜연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땅이 잡아끄는 걸까

바람이 흔드는 걸까

나무는 왜 이다지도 흔들림 없이

마냥 지켜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에 무심한건가


발 밑을 뒹굴며 사라져 가는

낙엽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많은 햇살을 견디고

사나운 태풍을 악착같이 버티며

지난날 끊임없이

삶을 노래하던 이여


당신이 남기고 간

뜻 모를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가을, 카페에 앉아

다시 너의 이야기를 기다리다

커피만 차갑게 식어간다


아이들을 모두 등원, 등교시킨 후 한 달 전에 예약해 둔 최인철 교수님의 프레임을 대출받으러 도서관으로 갔다. 작은 자전거가 지나가는 곳마다 노란 잎들이, 빨간 단풍이 바람에 흩날린다. 꽃도 아름답지만 모든 일들을 끝낸 후 미련 없이 지는 낙엽들의 낙화도 너무 애잔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내가 오래된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단어가 주는 상징성으로 점철된 프레임 덕분인지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이란 노래가 나오고부터 마음속으로 한 해의 끝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습니다. 왠지 센티멘탈해지고 지난 10개월의 시간을 반추해 보게 되는 그런 날이 된 거지요. 요즘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있는 건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내가 놓치고 있는 길은 무엇인지 하는 방향성에 관한 질문들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고 길을 찾는 자에게 길이 보인다고 했는데 내가 두드리는 문이 어디로 향해 있을지 하루하루 걷고 있는 길 끝에 뭐가 있을지 가끔 혼란스럽습니다. 인생은 지금의 자리에서 그다음을 물으면 뜻 모를 암호 같은 이야기만 남긴 채 자신의 속도대로 흘러가기만 할 뿐 하나하나 설명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삶을 제대로 직시하는 자신만의 지혜겠지요. 책에서 저자는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하겠다는 용기, 나는 이것이 지혜의 목적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질문이 필수이기에 이 책을 빌리며 질문에 관한 책 두 권도 함께 빌려왔습니다. 과연 나는 삶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시월의 마지막 밤.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그날의 슬픈 표정으로 매일을 후회하며 살 순 없으니 작은 물음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길을 열어주길 바라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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