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나는 늘 그림 소재를 찾아다니는 방랑자가 된다. 익숙한 풍경, 매 번 보아오던 나무들, 철마다 피는 꽃들도 새롭게 보고, 다시 보려고 노력한다. 어제 아이들과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가 작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떠돌이 고양이 두 마리도 그곳이 좋았는지 내가 곁에 가도 달아나지 않고 한가롭게 가을을 산책을 한다. 볕은 따뜻하고 그늘은 추운 가을 오후.
바스락 거리는 강도가 다르니 우리 둘이 걸을 때마다 흑백 음악이 만들어진다. 단조롭고 담백한 가을 노래가 바스락바스락 오후 햇살에 녹아들고 있다. 날이 정말 아름다웠다. 교회에서 단체로 가을 소풍온 사람들, 아이들과 배드민턴이며 축구를 즐기는 가족들, 돗자리를 깔고 알콩달콩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연인들까지 자금자금한 이야기들이 가득 찬 공원이었지만 유독 그 작은 정원만은 고요했었다. 그곳은 다른 차원에 겹쳐져있는 것처럼 주변의 소음을 흡수하며 고요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늙은 떠돌이 고양이 두 마리와 그림을 찾는 내 발자국 소리가 현실을 벗어나게 하지 못하게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닻처럼 느껴졌다. 아마 무심히 만난 우리가 아니었다면 그곳은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는 잊혀진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처음인 나 또한 손바닥만 한 정원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오래된 고양이의 발걸음을 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본 늦가을 오후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