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아이들과 함께 시누 댁에서 보냈다. 친정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명절은 시댁에서 보내는 편이다. 더군다나 추석 즈음은 시어머니 생신도 있어서 꼭 모인다. 손이 빠른 나는 추석에 음식을 도맡아 하는 편이었다. 매일 하던 일이라 어렵지 않았고 형님들은 모두 일을 하시기에 배려해드리고 싶었다.
다들 맛있다고 해주시니 보람도 있었다.
다른 기대 없이 그냥 그렇게 했는데
서울 올라오는 길에 신랑이 음식 하느라 힘들었지? 하며 손을 잡아주었다. 별생각 없이 그냥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안보는 줄 알았던 신랑이 계속 마음을 썼었나 보다.
가끔 서로 싸인이 안 맞아 다투기도 하고 투닥대기도 하지만 신랑의 위로와 응원은 다른 어떤 사람의 말보다 힘이 된다.
돌아보면 신랑이 나보다 더 표현을 잘할 때가 있다.
사실 나는 기쁘고 신나는 일엔 앞뒤 없이 신나 하고, 화나고 불편한 일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내 감정만 분출시킬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자꾸 반복되는 걸 보면 아직 어른이 되기엔 한참 모자 라보 인다.
그런 내가 요즘 화를 내기 전에 혼자 읊조려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화를 내는 건 바보나 하는 일이다."
혼자서 이불 킥하며 부끄러운 밤을 수없이 보낸 후에 내린 결론이다. 요즘도 여전히 바보 같은 일들을 하지만 그래도 나를 감싸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의 배려가 감사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