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기분 좋은 서늘함을 느끼고 이불 끝을 당겨 몸을 감싸면 나도 모르게 괜히 행복을 느낀다.
차가움 속에서 포근함을 느끼는 순간 감사함이 절로 생기게 된다. 나는 꽤 오랜 기간 혼자서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했으니 대략 25년을 혼자가 익숙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아파도, 외로워도, 불 꺼진 방에 불을 켜는 것도, 손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때 불을 꺼야 하는 것도 오롯이 내 몫이었다. 물론 좋은 점도 많았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멍 때리는 순간도 바닥에 배를 깔고 낄낄대며 만화책을 보는 시간도 혼자 목청껏 노래하던 시간도 혼자였을 때 더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합쳐도 새벽 서늘해진 기온에 자다가도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주며 꼭 안아주는 그 시간보다는 행복하지 않다. 서로가 아주 조그마한 손길을 내밀수 있는 그런 적당한 거리가 좋다. 너무 멀리 있거나 하루 종일 딱 붙어있는 것도 별로다. 한 여름, 그냥 숨만 쉬어도 그 열기에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그런 날들을 무사히 보내고 서로의 어깨에 살포시 이불을 덮어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을, 서늘함이 좋다.
그리고, 하늘.
정말 눈이 부시게 푸른 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은 충분히 아름답다
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더 감사하며 살고 싶다.
서늘한 새벽 공기, 그냥 파란 하늘,
색색의 낙엽들과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
지금 이 시간들.
아주 작고 시시한 것들.
하지만 그걸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조금 더 예민하고,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느낄 수 있다. 나는 오늘을 더 감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