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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16. 2022

만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만추

돌아선 이를

기다린다는 건

차라리

형벌이다


멀리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당신의 뒷모습인 듯

따라가다가

가까이 다가선 모습에서

당신을 찾지 못할 때

절망하게 된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고

미련한 기다림도

낙엽과 함께

거리를 뒹굴게 되면


그때

계절이 지나간다



가을은 낙엽 타는 향이 난다.

그래서일까?

아주 오래전 잊힌 이야기들이 갑자기 불쑥불쑥 떠오른다.

마음이 변한 사랑을 잡지 못할걸 뻔히 알면서도

그의 회사 주변을 서성였고

공중전화로 들리는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미련을 부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창피한 기억이 그땐 왜 그리 간절했던지... 그래도 다행인 건 그 부끄러운 기억마저도 가을은 애틋한 추억으로 포장을 해준다.


사랑을 못 해본 게 창피한 거지, 실패한 사랑은 오늘도 커피 한잔과 함께 추억거리를 준다.

지금 아쉬운 건 더 많은 사랑을 해볼걸... 하는 뻔한 후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망설이지 말고 맘껏 사랑해볼걸 하는 뒤늦은 도전정신이 우습다.

지나간 것들은 지나갔으니까 의미 있는 것이고

내 남은 사랑은 함께 하는 신랑에게 아낌없이 주어야겠다.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는 마누라의 말을 멸치 같은 우리 신랑이 잘 들어주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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