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제주도는 하룻동안 사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서늘하며, 한라산에는 눈이 내리고, 인가가 있는 평지는 유채꽃과 동백이 한창 입니다. 검은 구멍이 송송 뚫린 담벼락에서는 가지가 늘어지게 주렁주렁 주황색 귤이 달린 귤나무들이 내다보고 있습니다. 함덕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가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바다로 길을 낸 까페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저 멀리 세이렌이라도 부를 듯 유혹적입니다. 기한이 정해진 이방인에게 이 모든 것이 소중한 기억입니다.이번 여행은 제주도의 오름들을 주로 다녀보고 있습니다. 어제 산굼부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이 추천해주신 다낭시 오름을 다녀왔는데 직선으로 뻗은 계단을 오르고 오르니 서귀포쪽 바다와 평야가 한 눈에 보이는 장관을 선물받았습니다. 정상에서는 하늘을 나는 매를 만나기도 했죠. 어렸을 때 동네 아저씨 중에 매 사냥꾼이 계셨는데 훈련된 매의 사냥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눈 앞에서 정차하듯 하늘에 떠 있는 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오름마다 흐드러지게 핀 억새의 노래들도 가을 풀피리 소리처럼 청량합니다. 한라산에서는 엊그제 내린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급하게 온 여행이었지만 덕분에 커다란 선물을 받은 듯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