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리자

by 이혜연
말 달리자

서툰 몸짓을

말은 금방 알아챈다

고삐를 꽉 잡고

보채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말은 알고 있다

지금 이 정도가 안장에 앉은 이의

속도라는 것을


빠르게 달리고 싶은 마음이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면

말은 앞발을 들고 몸을 털어

안장에 앉은 사람을 떨어뜨릴 것이다


말 달리자


"살다 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닥쳐

.

.

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 달리자

말 달리자..."

-크라잉 넛 < 말 달리자>


제주 여행에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던 건 승마였다. 비수기여서 성수기 가격의 반값에 제주 언덕을 여유롭게 말을 타고 바람을 즐길 수 있었다. 첫째는 폼도 좋고 말도 잘 다루어서 더 좋아했다. 반면 둘째는 잔뜩 긴장해 있는 모습이 한눈에도 보였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다시 타보고 싶었는데 섭지코지에서 5분에 5천 원으로 언덕을 한 바퀴 돌아주어 신랑과 나도 타봤다. 예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탔을 때도 그 높이에 놀랐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말안장에 앉으니 생각보다 높아서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언덕에 올라 드 넓은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살면서 이런 조망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을 타고 달리 듯 가고 싶은 곳으로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행복할까. 시간의 속도만큼 우리는 달려야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달리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혼자 뒤처질까 두려워 밤을 뒤척이게 될지도 모른다. 달려야만 살 수 있는 우리는 시지프스의 돌처럼 무거운 시간의 무게를 항상 견뎌야 하는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들을 매일 수행해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리는 매일 밥을 챙겨 먹고 사람을 만나 안부를 묻고 밤이 되면 잠을 잔다. 나는 다만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나 더 하며 정상으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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