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첫째는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가고 있다. 아침 9시면 집을 나서서 등교를 해주시고 방과 후가 끝나면 2시 30분이 된다. 그 후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을 가 주시니 내게는 방학에 가질 수 없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꿀처럼 달고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주 목요일부터는 다시 봄방학을 하니 시한부로 주어진 행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봄 방학엔 아이들과 무얼 할까 고민하다 예술의 전당 전시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어린이 뮤지컬, 그리고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보러 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복병이 있으니 내가 인터넷 예매를 잘 못한다는 것이다. 로그인 저장을 해놓으면 되는 걸 항상 잊어버리고 아이디를 잊어버리거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카드를 사용할 때도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난다. 어디다 적어놓기까지 했는데 그것마저도 막상 찾아보려면 어디다 적어놓았는지 기억에 없다. 그래서 항상 신랑이 대신 예약을 해주는데 오늘은 혼자 해보려다 신랑이 준 카드 2장의 비밀번호를 3번 연속 틀려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다. 어제 신랑과 신경전을 벌여서 꼴 보기도 싫고 절대 먼저 말 걸지 않으리라 다짐했기 때문에 전화로 상황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카드가 먹통이 된 채로 앉아있는데 신랑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혹시 비밀번호를 잘 모르는지 묻길래 분명히 그 번호가 맞는데 결제가 안된다고 했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저녁에 집에 와서 예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 한 마디에 어제의 미움이 사라지고 배시시 웃음이 나고 신랑이 듬직하다고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내 행복은 나의 부족한 부분 덕분에 채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