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 등교하는 첫째 덕분에 밀린 집안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버릴 물건들을 정리하고 손이 많이 가는 밑반찬들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일들입니다. 오늘은 콩자반과 감자탕을 하려고 아침부터 시래기와 콩을 불려두었습니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가지만 반찬가게에서 음식을 산건 다섯 손가락 안에 듭니다. 무식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땐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결혼에 대한, 부모에 대한 저만의 소신과 태도가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는 저만의 일상 루틴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칼릴지브란의 시들은 문득문득 생각이 나면서 삶의 나침반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어떻게 보면 엄청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또 어떤 면에서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복잡하며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 모두는 하루를 살게 되어있고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며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습니다. 시간을 요하는 반찬을 굳이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몸으로 기억해 주길 원해서입니다. 작은 종지에 내놓는 콩자반에도 엄마가 생각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정성,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숨겨져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될까요? 모른다고 해도 그건 그네들의 삶이고 저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사소한 것까지도 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가오나시와 함께 기차를 타고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제니바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판단하는 유바바와 달리 제니바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도 손수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쓰는 인물입니다. 하쿠를 돕고 엄마, 아빠를 찾아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이름을 잊어버린 센에게 제니바는 "이름을 소중히 하라."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그 말 대로 센(천)이라는 이름이 아닌 치히로라는 이름을 되찾고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스스로 날실과 씨실을 엮어 묶어낸 이야기가 필요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