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른들이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 그중에 하나는 딸노릇을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 집 둘째는 여자애 못지않은 애교쟁이입니다. 속눈썹도 길고, 눈웃음도 환상이고, 언제나 잘 웃습니다. 소리 없이 수줍은 듯 웃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웃을 때도 꺄르르륵하며 자지러지게 웃습니다. 예쁜 구슬이 맑은 숲 속을 춤추듯 굴러가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그런 둘째는 애교도 많아서 잘 때도 꼭 안고 자고, 깨서도 항상 작은 팔로 꼭 목덜미를 안고서 뽀뽀를 해줍니다. 문제는 언제나 제가 옆에 있고 없고를 너무 잘 파악해서 새벽에 일어나면 5분도 안돼서 깨서 나와서는 자기를 재워달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런 시간들이 너무 힘들었는데 요즘은 둘째를 안아서 다시 재우고 새벽에 할 일을 마저 합니다. 오늘은 첫째와 둘째 그리고 저 셋이서 포켓몬카드 뒤집기 게임을 하는데 어찌나 재밌어하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습니다. 게임이라야 뒤집어진 카드를 랜덤으로 골라서 점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건데 엄마랑 해서 그런지 너무너무 재밌어했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걸 보면 놀이라는 것, 몰입이라는 것도 별거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어렸을 때 제 팔뚝보다 큰 무쇠가위로 종이 인형을 오리거나 엄마가 옷을 깁고 남은 천으로 이것저것 인형옷을 만들어본다든지 골무를 따라 만들어보던 일로 하루 해가 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EBS에서 놀이의 힘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학습을 잘하려면 오히려 놀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천상병 시인처럼 이 세상을 소풍처럼 놀러 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