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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에게

by 이혜연


지금 울고 있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깊은 어둠뿐이지만

있잖아, 넌

누구보다 눈부시게

어떤 소리보다 청량하게

환하게

그렇게 웃게 될 거야



얼마나 감사한 비인지 모르겠습니다.

텃밭이라고 해봐야 어른 다섯 걸음도 안 되는 곳에

욕심 사납게 상추, 아욱, 열무, 고추씨를 뿌려두고

이 일, 저 일로 잊고 지낸 밭에도 고루고루 비를 뿌려 생을 살리는 비가 어제 내렸습니다.

아직 너를 보러 오는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걱정 말라고 토닥이며 봄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주인대신 따스한 햇살이 새싹들을 들여다 봐주고 있습니다.

괜찮다고, 네가 살아낼 세상이 이렇게나 따뜻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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