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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30. 2022

휴식

잠시 놓아버리면 가능한 일

휴식

소란스러운 소리에

창 밖을 보니

새도 조용하고

바람도

잠잠하다


부산스러운 소리는

어디서 났을까


미움 한 꼭지

비워버리고

욕심 한  자락

 휴지통에 구겨 넣고


곁눈질하던 눈

푸르게 미소 짓는

하늘로 향했더니


소란스럽던 소리

잠잠해지고

나른한 잠

몰려온다





혹시 가장 행복하고 깊은 잠을 잤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전 지금껏 가장 기억에 남는 잠을 떠올려 본다면 어렸을 때

마루에서 자던 낮잠이 떠올라요.


우리 집 소는 오빠 등록금용이라 집에서 재산 1호로 아주 지극정성 키워졌어요. 그래서 여름 한 날 소 꼴을 먹이려고 마당에 풀을 잔뜩 널어 말렸지요. 학교에서 집까지 2km 넘게 걸어오면 몸이 고단해지는데 그때 마당 가득 쌓아둔 풀 위로 햇살이 넘실대며 집안은 풀향기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리고 처마가 만든 마루의 그늘에서 익어가는 풀 향이 솜털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묻어오면 마냥 행복해집니다.


눈을 감고  풀향을 베개 삼아, 산들바람을 이불 삼아, 나른한 낮잠을 자면 저절로 행복이 차올랐습니다.


그때의 나는 내 작은 몸만큼의 걱정과 그보다 더 적은 욕심만 있었겠지요. 그나마도 낮잠 한 숨 자고 나면 잊어버릴 만큼의 무게였던 것 같아요.


가끔 잠을 못 자서 눈도 무겁고 어깨도 딱딱하게 굳어  피곤할 때, 어릴 적 그때의 잠이 그리워집니다.

얼마만큼의 욕심과 얼마큼의 걱정을  덜어내야 그때의 잠을 다시  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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