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과 소외계층을 돕는 걷기 대회에 참석하려고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순환도로를 막 타려고 하는데 첫째가 뒷좌석에서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엄마, 엄마는 어떻게 아빠랑 결혼했어?"
갑자기 그게 왜 궁금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아빠가 죽자살자 따라다니다가 자기를 살려달라며 애원해서 결혼했지~^^."
신랑은 운전하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얼굴을 하며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제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웃고, 전 제대로 한방 먹여서 좋아서 웃고, 신랑은 억울함을 풀 수 없어 어이없어 웃다 보니 차 안이 들썩들썩 웃게 됐습니다.
그랬더니 따라쟁이 6살 둘째가
"엄마! 난 형아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나 좀 살려달라고 해서 형아랑 결혼할 거야!"
아직 결혼이 뭔지도 모르는 두 녀석을 보며 또 웃었습니다. 이렇게 별일 아닌 작은 이야기에 함께 웃다 보면 행복이란 게 자연스럽게 가슴을 채웁니다. 또, 우리가 이렇게 만나 가정을 이룬 덕분에 요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는 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서운함에 서로 상처를 주며 화로 서로를 태워버릴 듯 힘겹게 할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서로 물러설 지점과 안아줄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관계로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러니 봄날 씨앗을 뿌린 후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고, 한낮의 열기로 머리가 타버릴 것 같은 여름날을 견딘 자의 가을은 분명 풍성하리라 생각됩니다. 계절이 순환하듯 그렇게 분명히 오고야 말 우리 모두의 가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