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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Sep 30. 2022

너의 그림자

때로는 그 속에 숨고 싶다

너의 그림자

해는 져서

어두운데

알맹이는 어디 가고

그림자

너만 오느냐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은

가을바람

따라갔지요


꼬물꼬물

두 손엔

국화

한아름 들고


투덜투덜

발걸음을

살살 달래서


지금

귀뚜라미 소리

등불 삼아

오고 있지요



뭔가 계속 꼬이는 날이 있다.

오늘이 나에겐 딱 그날이다.

한 가지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아침 8시.

둘째가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고 있다.

 밥을 빨리 먹은 첫째가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읽어주고 있는데 책 읽을 욕심에 입안 가득 밥을 머금고 서둘러 둘째가 소파에 앉았다.

이놈... 느낌이 쎄~하다.

둘째는 종종 씹지도 못할 만큼 입안에 밥을 욱여넣어서 결국 뱉어내거나 저번엔 세면대에 버려놔서 막힐뻔한 상황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읽는 중간에 화장실로 가더니 변기에 다 뱉어놨다. 내 분노 게이지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오후 12시 30분

그림을 그리며 11시쯤 됐나? 하고 봤더니 12시 30분이었다.

이런!!! 갤러리 가려면 지금 나서야 했다.

그림도 마무리 못 하고...ㅜㅠ


1시 30분

9호선 급행을 타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조회해보니 충분히 시간 내에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심하고 서있는데 중년? 한 60대? 정도  돼 보이는 아줌마 부대가 타더니 빈자리를 쏙쏙 찾아 앉았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만 내 옆에 가만히 서계셨다.

자리를 차지한 친구분들이 서있는 분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내가 서있는 바로 앞 좌석에 앉으라고 성화였다.

그런데..

그런데, 그 친구분 하시는 말씀이

"괜찮아~임산부가 앉으셔야지."

엥?

엥~~~?!

'아줌마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는데 다음 말들이 무서워 참고 있는데

그분이 또 이렇게 말하는 거다.

"가을 되니까 여기저기 임산부들이 많이 보여. 난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

(물론 나는 전혀 좋지않았다.)

그러더앉아있던 다른 친구들이

"맞아. 나도 요즘은 임산부가 부럽더라. 그때가 좋을 때지~"


아줌마!!!

저 그때 아니거든요~~~~

6년 전에 둘째 낳을 때 애만 나오고 살은 근육으로 그대로 남아있어서 그렇거든요~~!!


이렇게 울분을 삼키고 있는데 아뿔싸 정차역을 지나쳐버렸다.

서둘러 9호선 급행을 갈아탔는데..

내가 내려야 할 역이 서행에서만 서는 곳이었다.

또 또 갈아탔다..  


결국 30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관계자분에겐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 했다. 그렇게  일을 보고 나와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버스정류장은 9호선 라인으로 가는 행선지가 아예 없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불운과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림을 아이패드로 그려서 내보내기를 하려는데 그 기능이 계속 먹통이었다. 오늘따라 신랑은 일찍 잠이 들었고 나는 30분을 대답 없는 아이패드와 싸우다 결국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모든 일이 오늘 하루에 다 일어났다니.. 놀라울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려는 이 시점에도 내 맨탈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ㅜㅠ


전어라도 구워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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