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들어 예기치 못한 비 소식이 많아 한동안 텃밭에 가보지 못했는데 오늘 시간을 내어 가보니 우리 밭에 우렁각시가 살고 있는지 모든 게 풍성해져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거름을 줬다고 타박했던 이웃들의 말도, 옮겨 심은 상추가 다 죽어버린 줄 알고 실망했던 어제도 다 이겨내고 정말 푸릇푸릇, 파릇파릇한 텃밭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고추의 지지대만 잠깐 해놓고 갔기 때문에 작물을 담을 비닐도 가져가지 못했는데 상추, 시금치, 열무, 아욱을 풍성하게 거두어 왔습니다. 더군다나 실하게 큰 오이까지 하나 얻어왔으니 무심한 주인 대신 우렁각시가 사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풍족해진 텃밭
집으로 와서 직접 수확해 온 상추로 겉절이를 하고 시금치나물을 무치고, 아욱 된장국을 끓여줬더니 그야말로 풍성해진 자연밥상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우리 가족의 손길을 기억하는지 병충해도 없이 무럭무럭 자라주는 작물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때를 맞춰 씨를 뿌려준 것 밖에 없는데 하늘은 비를 내려 게으른 주인대신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땅은 포근히 안아 뿌리를 더 깊게 내려줍니다. 텃밭을 하다 보면 씨를 뿌리고 풀들을 뽑아주고 알맞은 거리만큼 작물을 띄워 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갈증이 날 땐 하늘의 비가,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서늘한 밤하늘에 빛나는 반짝반짝 별들의 위로와 아침의 따스한 햇살이 일주일 만에 이렇게 아름다운 밭으로 변신을 시켜놓았지요. 그러니 사람은 씨를 뿌리고 마음을 다해 기도를 하고 조금의 손길을 거둔 것뿐, 나머지는 자연이 돌보아 수확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계획했던 일들이나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들이 때론 더디게 성장하는 것 같아도 분명 시간이 지나면 강하게 뿌리내려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수확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