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 첫째는 예전 미술방과 후 때 만든 태양열로 춤추는 꽃 인형을 옥상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오늘 비 예보가 있다며 혹시 꽃님이 비를 맞을까 걱정된다는 표정이었다. 이건 흡사 어린 왕자가 장미아가씨를 걱정하는 것처럼 세심한 마음씨다. 언제나 그런 사람. 한결같이 속 깊은 우리 첫째는 아프다는 날에도 잠을 잘 자라며 커튼을 쳐주고 볼에 뽀뽀를 해주며 가는 아이다.
그런 첫째가 요즘 그림을 그릴 때면 호기심 있게 나를 바라보더니 며칠 전부터 드로잉 한 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역시나 꼼꼼한 성격 그대로 그림도 꼼꼼하게 잘 표현하고 음영도 넣는 걸 보며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주위를 찬찬히 살피고 계획하고 세심하게 계획하는 우리 집 장남.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줄 일이 있으면 신나서 이곳저곳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몇 번이고 볼을 쓰다듬고 뽀뽀를 하고 등교를 시킨다.
그런 첫째가 하교 후 도서관에서 빌릴 책 목록을 읊으시며 책 대출을 명하신 후에 피아노 학원으로 들어가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귀여운 콧구멍이 벌름벌름하며 볼 우물에 귀염을 바짝 담은 아이에게 나는 사랑의 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