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인데 8월 못지않은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 행사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나니 꽃이 만발하던 봄이 순식간에 언제 가버렸는지 뒷모습조차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6월. 더위에 지쳐있을 즈음 주문했던 유영숙 작가님의 책이 띵동 하며 도착했습니다. 평소 작가님의 친절한 언어와 사려 깊은 배려, 그리고 성실한 작업들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부크크를 통해 처음 집필한 저의 첫 시화집 '오늘을 완성한 시간'도 작가님께서 팁을 알려주셔서 용기 내 집필할 수 있었기에 그 고마움은 몇 배가 될 것입니다.
작가님의 두 번째 책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는 첫 책 '퇴직했지만 놀지 않았습니다'보다 편집을 하는데 고심한 노력이 곳곳에 녹여져 있어서인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기에 그만이었습니다. 행복을 하나, 하나 더해가면서 쓴 글에는 가족 간의 행복한 일상과 소소한 하루, 그리고 지인 혹은 가족과의 나들이를 나가며 느꼈던 행복까지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처럼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유미래 작가님-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머문다. "
추천사를 써주신 kbs pd 최윤석 작가님의 말처럼 유영숙 작가님 주변에는 함께 발령받은 인연으로 43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오공주님들도 계시고 평범한 일상도 기쁨과 사랑으로 채워주는 쌍둥이 손자분들의 이야기도 사랑스럽게 녹아있었습니다. 사실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이 들수록 실감하고 있는 저로서는 43년간 꾸준히 어떤 모임이 이어져온다는 것 자체가 부러움과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시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머무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혹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생의 흐름이 어지러운 현실에서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은 축복이요, '기적'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나 성실하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가꾸는 작가님의 성품은 '연말에 수여한 우리 집 식물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브런치에 사진과 함께 붉은빛 꽃을 자랑하던 군자란은 '기쁨상'을 주시며 칭찬해 주셨고 힘없이 죽은 줄 알았던 알로카시아가 다시 새싹을 틔워냈을 때는 '희망상'을 수여하셨죠. 이렇게 작은 일상의 한 귀퉁이에도 애정으로 지켜보고 감사함을 느끼시는 작가님의 글은 잔잔하지만 그 속에 분홍빛 행복이 녹여져 있었습니다.
또, 퇴직 후 남편분과의 소소한 즐거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데 홈쇼핑에서 배달되는 밀키트 요리와 장화 같은 일화에서 나이 들수록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주는 부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창열 감독의 '그대 어이 가리' 영화를 함께 보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과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후 남은 오래된 친구 같은 서로의 안부에 대해 더 애정을 가지시는 모습이 글에서도 전해져 있었습니다.
이렇듯 작가님의 글은 자칫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하루하루의 행복을 알뜰살뜰 예쁘게 엮어 일상의 아름다움을 글로 재현해 두었습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짜증이 나고 무기력해질 때는 아침이 오는 것도 버겁고 폭염과 씨름하느라 지칠 때가 많아지지요. 그럴 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유영숙 작가님의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를 읽으며 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