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6월은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기 그만인 날들이었다. 여리디 여린 잎사귀들이 제법 두터워지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들녘에서 놀기 딱 좋았다. 이제 막 모내기 해 놓은 논들은 까까머리 중학생처럼 싱그럽고 산 언저리 오디는 까맣게 익어 겨우내 굶주렸던 다디단 맛이 채워지는 기쁨을 누리던 때였다. 오래된 살구나무 밑을 지나가다 보면 돌담 언저리에 잘 익은 살구가 뭉개지지 않고 고대로 걸쳐져 있기도 해서 그걸 주워 한입 깨물면 약간의 신맛과 진한 단맛이 일품이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달콤한 열매를 누리던 날들이었는데 요즘 6월은 한여름 못지않은 폭염으로 매운 더위에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예부터 시누이 시집살이가 맵다더니 준비하지 못한 6월의 더위가 8월 더위 못지않게 무섭다.
덕분에 아이들 물놀이 시기도 빨라져 어제는 잠실 한강 공원의 자연형 물놀이장을 다녀왔다. 아직 정식 개장 전이었지만 발 빠른 엄마들은 파라솔과 튜브까지 챙겨서 아이들을 데려와 물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이곳도 어른들을 위한 그늘이 너무 부족했다. 아이들은 사실 발을 적실 수 있는 물 웅덩이만 있어도 하루종일 신나게 놀 수 있겠지만 피곤에 찌든 어른들은 그 틈에 교대근무로 한 명은 그늘에서 한낮의 휴식을 취할 공간이 필요하건만 물놀이장 근처, 어디에도 돗자리를 펼 정도의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없이 물놀이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펴고 한 사람씩 교대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땡볕에서 아이들을 보다가 시간이 되어 교대로 신랑과 돗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그때 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라맛 같던 6월의 더위에도 하늘은 아직 고슬고슬한 시원한 파랑이 펼쳐져있어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