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거리에서

by 이혜연
비 오는 거리에서

어린 시절 농사꾼들이 모여사는 마을엔

구름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바람이 부는 이유를 가늠하고

달무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희뿌엿게 깔리는 날은

한바탕 비울음소리로 가득 찰 거라는 걸

아는 이들이 산그늘아래

오밀조밀 살고 있었다


그렇게 집집마다 빨래를 거두고

깻단에 비닐을 씌우고

논에 물꼬를 텄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알지 못했던 런던의 이야기

저 먼 북극의 아슬아슬한 이야기들을

옆집 누구네 숟가락 숫자 세듯

알게 되었지만


구름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분명 어젯밤 일기예보에도 아주 짧게

하루종일 1mm 온다는 비는

장맛비를 이루었다


어떤 예보도

신기 같은 예언도

오늘은 맞지 않았다


그러니 꽃을 사야지

한낮의 희뿌연 칙칙한 어둠을 환하게 밝힐

오늘,

눈부신 꽃을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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