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에게서 소년에게

by 이혜연
해에게서 소년에게

여름 한가운데

뜨거운 햇살 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들의 힘찬 웃음이

강렬하게 요동친다


지쳐있던 정오의 쳐진 잎새들에게

고개를 떨군 채 헐떡이는

마른 꽃들에게도


다시 한번

힘겨운 견딤을 이겨내 보라고

갈증의 시간 뒤

풍요의 계절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웃어보자고


여름의 아이들이 뜨겁게

해를 향해 달린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노래했던 이육사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본격적인 여름이 오렸는지 6월 끝자락의 햇살이 무섭습니다. 청포도마저 붉게 익을 것 같고, 요맘때쯤 밭에 가면 고추도 빨갛게 불타오르겠죠. 어렸을 적엔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가방만 마루에 던져두고 작은 개울가로 달려가 몸을 담그고 개헤엄도 치고, 잠수도 하고, 모래밭에 재첩도 잡으며 놀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신나게 즐겼건만 이제는 여름 햇살 속으로 선뜻 나서기도 두려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헉헉대는 모습에도 아이들은 저 불타는 여름 속을 겁 없이 질주하며 놉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잘디 잔 미세 바람으로는 씻기지도 않을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려대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서로 이야기를 만들며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름 타파를 응원하는 기념으로 아이들과 아이친구에게 팥빙수를 사주었습니다. 하얀 눈꽃 같은 우유와 달달구리한 팥, 그리고 쫄깃쫄깃 인절미를 함께 나눠먹으며 행복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 이 여름이 끝날 때쯤 아이들은 더 많이 까매지고 더 튼튼해지고 그리고 그만큼 더 쑥 성장해 있겠지요. 그러니 이 땡볕도 즐겁게 견뎌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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