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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연 Jul 04. 2024

빛이 노래하는 오후

빛이 노래하는 오후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어제의 슬픔도 잊었고

오늘의 고단함이야

살아있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7월의 햇살이

유난히

뜨겁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바람이 분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타는 듯한 태양아래에서

어깨가 들썩이게


오늘

울었다



눈물버튼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냥 울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은 장면들도 있고 전주만 나와도 눈앞이 흐려지는 노래들이 있다. '나의 아저씨'를 드라마로 보진 않았었다.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루고 아껴두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OST만으로도 내 눈물 꼭지를 사정없이 열어젖혀 버렸다. 힘든 일도 없고, 넘어야 할 고개가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한해의 반절이 훌쩍 지나버린 날들 중에 하루였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 안부를, 나의 평안함을 묻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https://youtu.be/f2Pee5hnO-E?si=VpshTrTRWZ7ybKso


그렇게 울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도서관과 서점을 들른 후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다. 동글동글 동그리들이 엄마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하나에 환한 웃음을 짓는다. 너희들의 오늘이 평안하길. 너희 삶의 모든 날들 중에 항상 평안함을 기도하는 한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아이들을 태권도 학원으로 데려다준 후 늦은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기가 막히게 멋진 쇼츠를 보았다. 꾀꼬리 같은 청량한 플루트인 줄 알았더니 쥐들을 모두 끌어모아 몰살시킨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였나 보다. 플롯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춤을 추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대단한 걸까, 아니면 저렇게 마법사처럼 사람을 이끌어 환각에 빠진 듯 환호하게 만드는 저 플로리스트가 대단한 걸까?


날이 너무 더운지 아침엔 혼자서 그림을 그리다 울고

오후엔 플롯 연주와 남자들의 단체 군무에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 거라고

절대 갱년기 때문이 아니라고 우겨보고 싶다.


https://youtube.com/shorts/PQDrqhHySVw?si=DG4tdd3NxeT2Ea_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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